하여간 남이 등떠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한다. 2023년의 마지막 날, 2023년을 돌아보며 작년에는 건너뛴 회고를 쓰려고 한다.
- 건강/운동
- 아직은 30대라서 딱히 별 탈이 없었다. 크게 아픈 곳도, 지병 상태도(??) 작년과 다름 없다.
- 2023년 중반까지는 그래도 세미갓생을 좀 산것 같다. 등떠미는 등동댕 친구들 덕분에 등산도 몇 번 가고(청계산, 구룡산, 대모산, 용마산, 아차산..?) 마라톤도 몇 번(뉴발, 부산 그거 뭐였지? 그리고 빵빵런) 했다. 등떠미는 친구들이 작성해준 모임 페이지를 기준으로 적고있다. 내년에는 활동도 더 많이하고 기록도 많이 남겨서 성취감을 더 느끼고 싶다.
- 그 덕인지 5-7월 쯤 받은 건강 검진에서 인바디 결과가 미세하게 좋아졌다. 늘 전진만 있었는데 신기한 일이다.
- 그러나 여름 뉴발 마라톤 이후로는 퍼져서 아무것도 안 했다. 손목닥터 9988 열심히 모은 포인트는 다 8월 이전에 모은 것이다. 이후로는 쳐박혀서 누워서 술만 먹은듯..
- 커피를 오전 출근 직후(8시 쯤) 작은 컵 한잔으로 바꾼 이후로는 불면증도 많이 개선됐다. 정말 고치기 힘든 불면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커피를 줄인게 효과가 좋았다. 오전 작은 컵 한잔 이후로는 별일 없으면 안먹으려고 노력했다.
- 대신 술이 늘었다. 전처럼 죽어라고 먹는 횟수는 확실히 줄었는데, 쫌쫌따리로 자주먹는다. 이게 더 안좋다고 하던데 내년에는 달라질 수 있기를
- 회사
- 불안정한 회사 상황.. 코로나 때 상황이 나쁘지 않았는데 그 반동과 경기 침체의 영향인가 상황이 안좋은게 느껴져서 너무 불안하다. 마음 잡고 의연한 태도를 가지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이직 시장도 좋지 않아서 납작 엎드려 있는중이다. 가십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술먹고 시름에 빠져 안좋은 상황만을 탓하는 일이 많았다.
- 개인적으로 작게 좌절을 느낀 사건이 있었다. 원래도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내가 뭐 되던가? 한동안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이럴 때는 아무리 주변에서 어쩌고 저쩌고 해도 들리지도 않는 법인데 못되게 살아서 주변에 좋은 말 해줄 사람도 별로 없었다. 늘 생각한다. 환대받고 주변에서 찾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나, 모든 걸 귀찮다는 태도로 찬바람 날려놓고도 난 너무 바라는게 많다.
- 도전적으로, 열정적으로 산다는건 어떤걸까?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아마 똑같은 2024년에도 똑같은 회고를 쓰고 있을 것이다.
- 공부/독서
- 연 초에 에너지가 다 소진되버린 느낌. 목표했던것의 10%도 달성하지 못했다. 집중하기도 어렵고, 인터넷과 웹툰, 유투브로 방탕하게 시간을 낭비했다.
- 경력대비 능력치를 많이 키우지 못했다.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언제고 다른 가성비 좋은 후배들이 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자꾸 괴롭혔다. 이게 내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할텐데 현실을 도피하고있다. 내년에는 사둔 유료강의라도 다 봐야겠다.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시간을 너무 가지지 않았다.
- 개인적 성취
- 면허를 땄다. 의외로 재능이 있어서 후딱 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리고, 돈도 많이 썼다. 이사하고 난 뒤 이 동네에서 운전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고 무서운 동네다;
- 빚을 많이 내서 집을 샀다. 새 집에서의 하루는 놀랍고 행복하지만 반면에 어딘가 허무하고 불안하다. 물론 1주택자가 되기 전에 느낀 불안감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불완전한 스스로와 불확실한 미래가 때때로 두렵다. 갑자기 회사 짤리면 어쩌지? 갑자기 맨홀에 빠져 죽어버리면 어쩌지? 생각을 안하려고 정신놓고 술을 많이 마셨다. 성취에 대해 시작했지만 어쩐지 술로 마무리하게되네
- 귀여운 털동생과 잘 지내고 있다. 내 집이 생기면 꼭 털동생을 데려와야지, 늘 생각했었다. 전후 관계가 바뀌었지만 1주택자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데에 80%는 까망이 때문이다. 얼마 전 내 가족이 된지 만 1년이 되었다. 벌써부터 내 곁을 떠날 날이 상상되서 슬프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꽉 끌어안은 자리마다 꼼꼼하게 다시 그루밍을 하는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해서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 친구들(??)
- 등떠밀어주는 친구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종종 받았다. 그걸로도 해결되지 않는 기본적인 게으름이 너무 크고 에너지가 낮은 사람이지만, 운동 열심히 하고 마라톤 행사 찾아오고 등산 같이 하자고 권유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 어떤 친구와 더이상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가 느끼는 부분이 당연히 다르고, 그런 부분들을 대화로 잘 풀어내야 했겠지만 같은 상황을 또 겪게되니, 이쯤 되면 우린 이전에 화해를 했던게 아니라 이해는 안되지만 그냥 잘 지내보기로 했던 상황이었구나, 스스로의 멘탈 보호를 위해 내가 먼저 한 발 물러서 숨었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는 계속 생각하고 있어서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내년의 목표
- 술을 줄이겠다. (늘 하는 말)
- 운동과 공부에 힘쓰겠다. (늘 하는 말)
- 회사에서 안짤리고 새로 맡은 TF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존재감을 뽐내겠다. (제발)
- 열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적다보니 별 거 없이 줄줄 써내려가서 이게 맞나 싶다. 캘린더와 사진첩을 뒤적거려 좀 더 길게 한 해를 곱씹어야 했을까? 난 지나온 과거보다 미래를 더 기다리는 사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일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